자꾸만 달아나는 세월에 닻을 내리고 떠나지 못하는 추억에 머무르며

글,시 48

고향 앞에서 / 오장환

음악: The Scents of Joy 고향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잣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나 사는 곳 밤 늦게 들려오는 기적소리가 산짐승의 울음소리로 들릴 제, 고향에도 가지 않고 거리에 떠도는 몸은 얼마나 외로울 건가. 여관방..

글,시 2008.07.14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 편지 - 곽재구 -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

글,시 2008.06.24

고적한 밤 / 한용운

고적한 밤 - 한용운 -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탈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情死)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죽임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 바람도 없는 공중에서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

글,시 2008.06.11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글,시 2008.06.04

겨울바다 外 / 김남조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정념(情念)의 기(旗) - 김남조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

글,시 2008.05.19

류시화 / 우리는 한때 두 개의 물방울로.만났었다 外

Canzone Angelica - Asha - (헤아릴수없는 당신의 마음) <p><br /></p><table width="100%"><tbody><tr><td valign="top"><div style="font-family: 굴림,굴림체,Gulim,Baekmuk Dotum,Undotum,Apple Gothic,Latin font,sans-serif; font-size: 12px;" data-mce-style="font-family: 굴림,굴림체,Gulim,Baekmuk Dotum,Undotum,Apple Gothic,Latin font,sans-serif; font-size: 12px;"><table width..

글,시 2008.05.12

황동규 / 풍장(風葬) 外

풍장(風葬) - 황동규 - 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 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群山)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에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무인도의 늦가을 차가운 햇빛 속에 구두와 양말도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 때 남 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 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白金) 조각도 바람 속에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

글,시 2008.05.09

사모곡 / 김춘수

사모곡 - 김춘수 - 주신 사랑이 적은 듯 싶어도 나 삽니다. 주신 말씀이 적은 듯 싶어도 나 삽니다. 오밤중에 전기불 꺼지듯 나 삽니다. 하느님 나는 꼭 하나만 가질래요. 세상 것 모두 눈 감을래요. 하느님나는 꼭 그 사람만 가질래요. 산엔 돌치는 징소리 내가슴에 너 부르는 징소리. 솔밭이 여긴데 솔향기에 젖는데 솔밭도 나도 다 두고 넌 어디쯤서 길 잃었니. 나도 바람이더면 아무대나 갈껄 그대 가는 곳 어디라도 갈껄 내가 물이라면 아무대나 스밀껄 그대 몸 속 마알간 피에라도 스밀껄 능금 - 김춘수 -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

글,시 2008.05.07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노천명- 청자(靑瓷)빛 하늘이 육모정[六角亭]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납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글,시 2008.05.06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아는척해서 무얼 합니까? 이제 와서 안부를 물어봐야 무얼 합니까? 어떤 말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일들도 오묘한 세월의 설득 앞에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그저 웃는 모습 한번 보고플 뿐입니다.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져 있는 얼굴 하나가 여느 아낙네보다 더 곱게 나이 들어가도 환하게 웃고 있는 미소는 그때 그대로 그렇게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삶이 혹시나 고단하시면 당신의 모습에서 그 미소가 사라졌다면 나는 가슴이 아파서 어찌합니까? 그래도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글,시 2008.04.22

꿈이어도 사랑하겠습니다 / 윤영지

꿈이어도 사랑하겠습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처럼 새벽안개 걷히듯 우리의 사랑이 꿈처럼 사라진다 해도 그대를 사랑하겠습니다 그대 내게 준 귀한사랑 마음을 다하여 갚아 드리고 싶습니다 설혹 인적 없는 깊은 산속 다 무너져가는 작은 움막이라도 그대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습니다 든든한 그대의 가슴은 가녀린 내 어깨 감싸고 있기에 나는 그대를 끝없이 믿을 것입니다 문명을 거부한 깊고 깊은 산속 스러져가는 초가산간에 산다면 장작불로 데워진 아랫목에 누워 천장에 대롱대롱 달린 메주덩어리 일없이 세어보며 욕심 없이 살아가는 촌부라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화롯불 지피고 오순도순 군고구마 익혀 나눠먹으며 근심걱정 없는 촌부로 살아간다면 차라리 좋겠습니다 장에 입고 갈 두루마기 동전 달아 길게 걸어놓고 맘 편히 잠들 수 있는 ..

글,시 2008.03.10

삶을 아름답게 하는 메세지 / 좋은글 중에서

삶을 아름답게 하는 메세지 첫번째 메세지 * 남자는 여자의 생일을 기억하되 나이는 기억하지 말고, 여자는 남자의 용기는 기억하되 실수는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 두번째 메세지 * 내가 남한테 주는 것은 언젠가 내게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내가 남한테 던지는 것은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세번째 메세지 * 남편의 사랑이 클수록 아내의 소망은 작아지고, 아내의 사랑이 클수록 남편의 번뇌는 작아진다. 네번째 메세지 * 먹이가 있는 곳엔 틀림없이 적이 있다. 영광이 있는 곳엔 틀림없이 상처가 있다. 다섯번째 메세지 * 달릴 준비를 하는 마라톤 선수가 옷을 벗어던지듯 무슨 일을 시작할 때는 잡념을 벗어던져야 한다. 여섯번째 메세지 * 두 도둑이 죽어 저승에 갔다. 한 도둑은 남의 재물을 훔쳐 지옥엘 갔고, 한..

글,시 2007.07.31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 이외수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 이외수 -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 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는 누군가가 나지막이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 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 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비는 뼛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

글,시 2007.07.10

밤이 깊어가면 / 김승옥

밤이 깊어가면 - 김승옥 - 밤이 깊어가면 잠들지 않은 자 더 많은 꿈을 꾸네 한 낮 현실이 가득한 속세를 미친 듯 살아왔기에 오늘밤 꿈은 광란의 도피여도 좋다 술의 힘을 빌고 혹,인사불성인 채 - 너는 누구냐 나는 누구냐 왈가왈부 하는 혼란속에서라도 잊혀지는 괴로움 있어 설운 한탄 녹여줄 밤의 대기가 있어 그도 어쩌면 행복한 꿈이 아니던가... 잠들지 못하는 자들이 더 많은 꿈을 꾸는 밤 검은 하늘 이불로 덮은 따스한 밤거리 위에서 떠도는 흐릿한 눈동자, 눈동자들... 그대 미치지 않을 수 있는가... Hanne Boel - Sometims my iove -

글,시 2007.07.10

달빛 타는 밤 / 이동림

달빛 타는 밤 - 이 동 림 그대, 내 늙어 귀밑 희어지거든 바다로 난 창 하나 열어주오 아침이면 미명 아래 누워 있던 바다 새로이 비늘을 세우고 채찍처럼 도발하여 쇠잔한 내 어깨를 일으키리니 그대, 그 창 곁 낮은 다 탁 하나 앉혀 주오 해풍에 빗질한 머릿결로 찻잎 무르녹는 창가에 서서 바다는 무시로 달려오고 넓은 가슴에 안긴 하늘 아름다운 고백을 들어며 젊은 날 사랑을 기억 하리니 달빛타는 밤이면, 그대 품 넓은 자리하나 더하면 좋겠소 은빛 부서지는 물결 위에서 밤새 잠들지 못한 것들과 이슥토록 손잡고 춤을 추리니

글,시 2007.01.19

사 오십대는 흔들리는 바람

사 오십대에는 흔들리는 바람 사 오십은 붙잡는 사람 만날 사람 없지만 바람이불면 가슴 서리게 울렁이고 비라도 내리면 가슴이 먼저 어딘가를 향해서 젖어든다 사 오십은 세월앞에 굴복해 버릴줄 알았는데 겨울의 스산한 바람에도 마음이 시려진다. 시간의 지배를 받는 육체는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린다. 시간을 초월한 감성은 새로운 외면의 세계를 향해서 자꾸자꾸 오르고 싶어 한다 사 오십은 말하고 싶지 않은 세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나이, 체념도 포기도 안 되는 나이, 홀가분히 벗어 나려다 여기까지 와버린 나이, 그리고 마흔은 젊은날 내안의 파도를 잠재우는 나이, 그 마흔이 세월의 무게로 나를 누른다. 사 오십만 넘기면 휘청 거리지 않아도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형체를 알수 없는 색깔은 나를 물들이고 내안의 숨겨..

글,시 2006.11.14

중년 여인이 아름다워 보일때

중년 여인이 아름다워 보일때... 컴퓨터를 어느정도 만질 줄 알고 인터넷 사용해 필요한 정보 검색하고 멋진 카페방 드나들며 태그 써서 영상 시 올리고 음악도 올리고 컴퓨터에다 자기 생각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여인 깨알 같은 핸드폰 문자 받침 찾아 메세지 띄울 줄 알아서 남편 친구 자식에게 사랑한다고 문자메세지 날릴 줄 아는 여인 베스트 드라이버는 아니더라도 운전석에 앉아 선글라스끼고 자기가 가고 싶은 곳 운전해 가면서 주위의 차 흐름에 잘 따라가 알짱거린다고 욕 안먹게 운전하는 여인 여자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옅은 화장에 머리도 신경 써 만질 줄 알고 멋에 대한 감각도 좀 있어 세련미를 풍기는 여인 자기 관리를 잘해서 그렇게 몸이 많이 안퍼지고 자신을 위해 돈쓸 줄도 알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 자신에..

글,시 200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