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는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저무는 날에 - 김남조 -
날이 저물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 날부터 혼자인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 몸을 태워야만 환한 촛불 같은 것 꿈을 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 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남기는 촛불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무느니 주야사철 보고지던 그 마음도 세월따라 늠실늠실 흘러가고
사람의 사랑 끝날엔 혼자인 것 영혼도 혼자인 것 혼자서 크신 분의 품안에 눈 감는 것.
출생 / 1927년 9월 26일, 대구 데뷔 / 1950년 연합신문 '성숙' '잔상' 발표, 1953년첫시집 《목숨》을 출판하면서 본격적인 활동 시작 학력 / 서울대학교 국어교육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숙명여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경력 / 2000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수상 / 자유문인협회상(1958년)오월문예상(1963년)서울시문화상(1985년)대한민국문화예술상(1988년) 국민훈장 모란장(1993년) 은관문화훈장(1998년). 2007년 제11회 만해대상 문학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