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 - 김춘수 - 주신 사랑이 적은 듯 싶어도 나 삽니다. 주신 말씀이 적은 듯 싶어도 나 삽니다. 오밤중에 전기불 꺼지듯 나 삽니다. 하느님 나는 꼭 하나만 가질래요. 세상 것 모두 눈 감을래요. 하느님나는 꼭 그 사람만 가질래요. 산엔 돌치는 징소리 내가슴에 너 부르는 징소리. 솔밭이 여긴데 솔향기에 젖는데 솔밭도 나도 다 두고 넌 어디쯤서 길 잃었니. 나도 바람이더면 아무대나 갈껄 그대 가는 곳 어디라도 갈껄 내가 물이라면 아무대나 스밀껄 그대 몸 속 마알간 피에라도 스밀껄 능금 - 김춘수 - 1.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스스로도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2. 이미 가 버린 그 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 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에는 시시각각의 그의 충실(充實)만이 익어 간다. 보라, 높고 맑은 곳에서 가을이 그에게 한결같은 애무의 눈짓을 보낸다. 3. 놓칠 듯 놓칠 듯 숨가쁘게 그의 꽃다운 미소를 따라가면은 세월도 알 수 없는 거기 푸르게만 고인 깊고 넓은 감정의 바다가 있다. 우리들 두 눈에 그득히 물결치는 시작도 끝도 없는 바다가 있다. 갈대 섯는 풍경 - 김춘수 - 이 한밤에 푸른 달빛을 이고 어찌하여 저 들판이 저리도 울고 있는가 낮동안 그렇게도 쏘대던 바람이 어찌하여 저 들판에 와서는 또 저렇게도 슬피 우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바다보다 고요하던 저 들판이 어찌하여 이 한밤에 서러운 짐승처럼 울고 있는가 꽃 - 김춘수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태생 / 1922년 11월 25일 ~ 2004년 11월 29일 경남 통영 데뷔 / 1946년 사화집 '애가' 등단 학력 / 니혼대학교 문예창작 중퇴 경력 / 1991년 KBS 이사 수상 /1958년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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