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 이윤학 하루종일 내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 저수지가 나오네 내 눈속에 오리떼가 헤매고 있네 내 머리속엔 손바닥만한 고기들이 바닥에서 무겁게 헤엄치고 있네 물결들만 없었다면, 나는 그것이 한없이 깊은 거울인 줄 알았을거네 세상에, 속까지 다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고 믿었을거네 거꾸로 박혀있는 어두운 산들이 들을 받아먹고 괴로워하는 저녁의 저수지 바닥까지 간 들은 상처와 같아 곧 진흙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섞이게 되네 오동나무 - 이윤학 그의 빈속으로 들기 위하여 나는 그 나무를 자를 수는 없었다 깊은 생각으로 불면의 나뭇잎을 흔들었는데, 쥐어뜯었는데 달빛이 한 바가지 쏟아져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어오르고 있었다, 먹고 싶은 생각이 멀리멀리 떠나고 고요하여라, 바닥에 떨어진 부채 입을 모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