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하오 - 신동집 - 아이들이 갖고 놀다 버린 풍선(風船)이 떴다는 말다 시름없이 방안에 딩굴고 있다. 아이들엔 이미 소용없는 물건이 되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추석(秋夕)의 뒷날, 아이들은 어딘지 밖으로 나가 메우지 못한 제마다의 꿈을 찾고 있는지 마당귀엔 망가진 잠자리채도 보이지 않는다. 집안에 혼자 남아 있으면 상념(想念)은 유동(遊動)하는 미립자(微粒子)와도 같이 흔들리는 풍선(風船)을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하오(下午) 한나절 해 그늘은 여물고 한동안을 잠기는 라디오의 바로크. 뜰에 핀 너댓 그루 장미는 조만간 찬 바람에 시들고 말겠지만 그런대로 얼마를 더 피어서 내 눈을 적시게 해 줄 것을 바랄 뿐이다. 바람 차면 사람들은 문을 닫아 걸리라. 원컨대 투명(透明)한 玉(옥)빛 정밀(靜謐)이 헐벗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