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달아나는 세월에 닻을 내리고 떠나지 못하는 추억에 머무르며

흘러간 옛노래

경상도 아가씨 / 박재홍

산천초목 2023. 2. 8. 15:28

 

경상도 아가씨         - 박재홍 -

 

사십 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말고 속 시원히 말 좀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 없이 슬피우는 이북 고향

언제가려나

 

고향 길이 틀 때 까지 국제시장 거리에

담배장사 하더라도 살아 보세요

정이 들면 부산항도 내가 살던 정든 산천

경상도 아가씨가 두 손목을 잡는구나

그래도 뼈에 맺힌 내 고장인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영도다리 난간 위에 조각달이 떠거든

안타까운 고향 얘기 들려주세요

복사꽃이 피던 날 밤 옷소매를 부여잡던

경상도 아가씨가 서러워서 우는구나

그래도 잊지 못 할 가고 싶은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