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달아나는 세월에 닻을 내리고 떠나지 못하는 추억에 머무르며

흘러간 옛노래

봄바람 님바람- 살랑춘풍 / 황정자

산천초목 2017. 11. 27. 17:21

 

     봄바람 님바람         - 황정자 -

 

     꽃바구니 대굴 대굴 금잔디에 굴려놓고

     풀피리를 불어봐도시원치는 않더라

     나는 몰라 웬일인지 정녕코 나는 몰라

     봄바람 님의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삼단같이 치렁치렁 동백기름 검은머리

     천리춘색 봄바람에 속타는 줄 모르니

     꿈도 많고 한도 많은 열여덟 봄 아가씨

     봄바람 님의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아지랑이 가물 가물 낮꿈꾸는 한나절에

     칠보단장 꾸민 얼굴 어느 뉘게 보이리

     안절부절 못하고서 뒷문만 들락날락

     봄바람 님의바람 살랑 품에 스며드네

 

 

      

살랑 춘풍 (조명암 작사 김해송 작곡) - 황정자 노래

 

      살랑춘풍    - 황정자 -

 

      살랑 살랑 살랑 살랑 향기 실은 봄바람아

      꿈을 꾸는 님 가슴에 내 말 전해 주려무나
      꽃을 안고 한숨 쉬며 님 그리워 못산다고 아 ~ 아 ~ 
      내 마음을 내 하소를 전해 전해 주려무나 응야

      살랑 살랑 살랑 살랑 사랑 같은 봄바람아 

      검은 눈썹 내려감은 님의 얼굴 아롱아롱

      일각대문 기대서서 님 그리워 못산다고 아 ~ 아 ~    
      내 마음을 내 하소를 전해 전해 주려무나 응야 
     

      살랑 살랑 살랑 살랑 사랑 실은 봄바람아

      분홍댕기 치마폭에 봄바람이 스쳐가며
      천리원정 떠나간 님 그리워서 못산다고 아 ~ 아 ~ 
      내 마음을 내 하소를 전해 전해 주려무나 응야

 

 

     

황정자(黃貞子, 1927~1968, 본명 황창순)입니다.

서울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8세 때부터 이동 순회극단의 막간가수로 무대 활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깜찍하고 또랑또랑한 발음과 박력과 애교가 느껴지는 창법으로 대중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고,

일찍부터 천재소녀가수란 평을 얻었고. 1940년 ‘살랑춘풍’ '약산진달래’ 등을 발표하면서 황정자는 본격가수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했으나 워낙 총명하여 악보와 대본을 순식간에 암기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1954년은 황정자에게 매우 특별한 해였습니다. ‘노랫가락 차차차’가 발표되어 세상의 인기를 온통 독점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지요.

황금좌, KPK악극단, 성보악극단, 국도 쇼 등에서 황정자는 항시 중심 가수로 활동했습니다. ‘오동동타령’ ‘살랑춘풍’ ‘비오는 양산도’ ‘신이별가’ ‘봄바람 님바람’ ‘실버들 타령’ ‘노들강변 6백년’ 등의 대표곡으로 가요계에서는

과거의 이화자(李花子, 1916~1950), 황금심(黃琴心, 1912~2001) 등과 함께 3대 민요가수로 손꼽힐 정도였지요.

그러다가 1959년 32세의 나이로 발표한 ‘처녀뱃사공’은 가수 황정자의 위치를 단연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서게 했습니다.

최고의 신민요가수로 명성을 날리던 황정자에게도 마침내 시련과 불행이 찾아왔으니 그것은 가족들과의 생이별입니다.

건강이 불안정하게 되면서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하는 두 아들마저 남편에게 빼앗겨 버렸지요. 이러한 충격으로 황정자는 정신적 타격을 받으면서 기억상실증에 정신이상증세까지 겹쳐 경기도 의정부의 어느 극장에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 황정자의 존재는 대중들의 기억에서 급격히 잊히고 말았습니다. 극도의 고립과 단절 속에서 그녀의 병은 점점 심해져만 갔고,

대전의 어느 정신요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들리더니 마침내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홀연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습니다. 인기가수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너무나 안타깝고 불행했던 경우이지요. 거의 무연고자와 같은 신세로

장지(葬地)를 향해 영구차가 떠나는 시간에도 뒤따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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