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달아나는 세월에 닻을 내리고 떠나지 못하는 추억에 머무르며

뮤직 비디오

Alain Delon & Romy Schneider Love Story

산천초목 2019. 7. 11. 17:51

 

 

1958년, 영화 <사랑은 오직 한 길>(Christine)은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은 작품이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녀는 알랭 드롱과 처음으로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에서, 두 남녀는 정말 예술적인 조합을 이뤘다. 로미 슈나이더의 미묘한 우아함과 알랭 드롱의 고양이같이 깔끔한 매력이 하나의 이상적인 커플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촬영 중 알랭 드롱과 사랑에 빠진 그녀는, 제2의 모국이나 마찬가지인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단숨에 건너왔다.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알랭과 단 둘이 마주보는 저녁 때”라고 할 정도로, 사랑에 푹 빠진 자신을 유감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1961년부터 로미와 알랭은 비스콘티의 <그 여자가 창녀라 유감이야>라는 연극을 120회나 공연하였고, 다음 해 1월부터 두 커플은 안톤 체홉의 작품을 가지고 프랑스 전역을 돌며 100회나 되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물론 연극은 성공적이었고(상업적인 면에서) 그녀는 할리우드로부터 주목 받는 여배우로 떠올랐다. 할리우드의 매체들은 그녀를, ‘제2의 마를리네 디트리히’라고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할리우드의 답답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프랑스로 돌아온다. 같은 때, 알랭 드롱은 전 세계를 돌며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이때부터 알랭 드롱과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예술가끼리의 사랑은 정말 힘들어요. 하지만 저는 평범한 사랑에 만족하는 것보다는 불행한 열정을 불태우겠어요.”라고 말한 바 있으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로미는 “알랭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알랭 드롱 역시 로미를 사랑했지만 그는 자신의 일에서만큼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로미는 일에 빠져 있는 알랭 드롱의 곁에서 너무나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그를 향한 사랑이 오히려 막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파리를 떠나 베를린으로 돌아가 연극 연출가 해리 메옌(Harry Meyen)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지만, 1968년 알랭 드롱과 다시 재회를 하게 된다. 자크 드레 감독의 <태양은 알고 있다>에 알랭 드롱이 상대역으로 캐스팅 된 것이었다. 물론 알랭이 출연하게 된 것은 로미와 만나기 위해 그가 사전에 감독을 설득하여 이루어진 캐스팅이었다. 그녀는 알랭 드롱이 출연한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출연을 승낙했다고 한다.

“알랭의 부탁을 받고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지난날을 가슴에 품고 계속 살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다시 좋은 친구가 되었거든요.”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는 그녀의 말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녀는 1970년 중반부터 다시 파리 생활에 길들여지면서 남편과 이혼하고, 자신의 매니저인 다니엘 비아시니와 재혼하게 된다. 1977년 딸 사라를 낳았지만 2년 뒤인 79년, 전 남편의 시신이 아파트에서 발견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1년 아들 다비드가 열쇠가 없어 쇠창살을 넘어 집으로 들어가려다 쇠창살에 찔려서 죽는 참변을 당하게 되었다. 심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그때부터 마약과 술에 빠져들게 된다. 그 해에 두 번째 남편과도 결국 이혼하고, 그녀는 정신적인 회복과 배우 생활의 재기를 위해 휴식을 취하던 중, 바로 그 다음 해인 1982년 5월 29일, 그녀는 소파 위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된다. 의사는 심장마비라고 발표했지만,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설이 더욱 신빙성을 얻었다. 그녀의 나이 불과 44살이었다.

 

그녀는 죽기 전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알랭 드롱… 그를 잊지 못해 내 삶은 추락했다.”라고 넋두리처럼 늘어놓은 바 있다고 한다. 그녀가 전에 했던 말들은 다 진심이 아니었다는 게 이 한 마디를 통해 입증되었다. 알랭 드롱과 치유하지 못하고 이루어진 두 번의 결혼은 그녀에겐 사실 무의미한 것일 뿐이었다.

 

로미는 사놓고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자신의 아파트가 있는 파리 근교 마을에 매장되었다. 알랭 드롱은 추도사에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아주 유명한 배우가 될수록 살아가는 데는 서툴러지는 것 같다. 그레타 가르보, 마릴린 먼로, 리타 헤이워드가 그랬다.”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의 무덤 앞에서 그녀의 첫 사랑의 상대자였던 알랭 드롱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한때는 가장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그날부터 가장 멀어져 있는 커플로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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