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 나태주
풀꽃1 - 나태주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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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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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에 실린 시들입니다
부탁이야 - 나태주 -
오래가 아니야 조금
많이가 아니야 조금
네 앞에서 잠시
앉아있고 싶어
나는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금방 보고 헤어졌는데도
보고 싶은 네 얼굴
금방 듣고 돌아섰는데도
듣고 싶은 네 목소리
어둔 하늘 혼자서 반작이는 나는 별
외론 산길에 혼자서 가는 나는 바람
웃는 네 얼굴 조금만 보고
예쁜 목소리 조금만 듣고
이내 나는 떠나갈 거야
그렇게 해줘 부탁이야
나는 왜 내가 이렇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사는 일 - 나태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출생1945. 3. 16. 충청남도 서천
데뷔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 등단
수상2020년 제31회 김달진문학상 시부문
2019년 제3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2017년 제13회 김삿갓문학상
경력2020.04~ 제43대 한국시인협회 회장
2010.07~2017.06 공주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