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
봄
- 송수권 -
언제나 내 꿈꾸는 봄을
서문리 네거리
그 비각거리 한 귀퉁이에서 철판을 두들기는
대장간의 즐거운 망치소리 속에
숨어 있다
무싯날에도 마부들이 줄을 이었다
말은 길마 벗고 마부는 굽을 쳐들고
대장간 영감은 말발굽에 편자를 붙여가며
못을 쳐댔다.
말은 네 굽 땅에 박고
하늘 높이 갈기를 흔들며 울었다
그 화덕에서 어두운 하늘에 퍼붓던 불꽃
그 시절에 빛났던 우리들의 연애와 추수와 노동
지금도 그 골짜기의 깊은 숲
캄캄한 못물 속을 들여다보면
처릉처릉 울릴 듯한
겨울산 뻐꾸기 소리......
집집마다 고드름 발은 풀어지고
새로 짓는 낙숫물 소리
산들은 느리게 트림을 하며 깨어나서
봉황산 기슭에 먼저 봄이 왔다.
그리운 이 그리워
- 오세영 -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 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온 동백 꽃잎들을
축제처럼 역두에 뿌리고 떠난다
나도 과거로 가는 차표를 끊고
저 열차를 타면
어제의 어제를 달려서
잃어버린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그리워
문득 타보는 완행열차
그 차창에 어리는 봄날의 우수
봄 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에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